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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서예와 로터리’ 뉴질랜드 한인 1세대의 유산 [브라보마이라이프] / YTN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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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와 로터리’ 뉴질랜드 한인 1세대의 유산 [브라보마이라이프] / YTN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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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11 3월 2026 9: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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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곤지를 찍은 새색시의 미소 아래 화려한 한복이 펼쳐졌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김소월의 시 ‘초혼’을 한 글자씩 써 내려가 옷자락처럼 완성한 작품입니다. 금세라도 뛰쳐나올 듯 갈기를 휘날리며 질주하는 말, 마음을 담아 써내려간 붓글씨와 시화까지 서예 작품 65점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뉴질랜드 한인 서예 동호회, ‘연향회’의 전시회입니다.

[한 정 우 / 관람객 : 외국에서 살면서 뭔가 그냥 한국 문화를 이렇게 그래도 접하는 것 그것도 진짜 귀한 거잖아요.]

전시회 개막식에 모인 관람객들 사이로 한 어르신이 휠체어를 타고 천천히 입장합니다.

오랜 세월 붓을 잡아온 손으로 리본을 잘라내며 기쁨을 함께 나누는데요.

이 서예 모임을 만들고 지금까지 정신적 지주로 활동해 온 뉴질랜드 한인 1세대 유승재 씨입니다.

[유 승 재 / 한인 1세대·연향회 창립 : 우선 서예 도구가 지필묵 4개 들어가잖아. 종이, 붓, 먹, 벼루 이렇게 네 가지. 근데 대개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 신통한 게 이민 이삿짐 속에 그게 다 있더라고.]

서울에서 태어나 6.25 전쟁을 겪으며 피난길에 올랐던 소년, 유승재.

부여와 대전, 수원을 오가며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책과 사람, 그리고 한국적인 것에 대한 애착을 키웠습니다.

특히 백제의 유산이 남은 부여에서의 기억은 훗날 유 씨가 전통 서예에 매달리게 되는 기반이 됐습니다.

[유 승 재 / 한인 1세대·연향회 창립 : 부여에는 고적이 많습니다. 백제 시대 낙화암도 있고 한국을 이해하는데 여러 가지로 도움이 많이 된 그런 시기였어요.]

1993년 뉴질랜드 이민을 택한 뒤에도 뿌리에 대한 마음을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동포도 많지 않던 이민 초창기의 오클랜드에서 어떻게 하면 ‘한국적인 것’을 지켜낼 수 있을지 더 고민했습니다.

[유 승 재 / 한인 1세대·연향회 창립 : 생활 예절이라든지 또 예술이라든지 이런 것도 우리가 이제 지켜나가야 할까 하는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렇게 시작한 작은 서예 교실.

뜻을 함께하는 동포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동호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름은 ‘서예인의 마음의 고향’이란 뜻을 담은 연향회로 붙였습니다.

유 씨가 이민 생활에서 지키고 싶었던 한국인의 마음은 그렇게 무려 20년 동안 주변 동포들에게도 스며들었습니다.

[박 성 규 / 연향회 회장 : 우리만 있다가 뭐 가는 게 아니라 후손들에게 뭔가 남겨주고 싶은 뜻이 있어서 하다 보니 올해부터 한글 위주로 하는 것으로 저희가 다 회원들끼리 상의하고 됐습니다.]

[고 현 숙 / 뉴질랜드 오클랜드 동포 : 한국인의 정체성을 키울 수 있는 아주 참 좋은 길이라고 생각돼요. (유승재 어르신의) 그 마음도 본받고 또 서예를 통해서 본인 스스로 자부심도 생길 수 있고.]

서예로 시작한 활동은 동포사회를 넘어 지역사회로 확장됐습니다.

언어 장벽으로 현지 사회와 접점이 부족했던 한인들에게 우리만의 방식으로도 기여할 수 있다는 길을 열어준 겁니다.

뉴질랜드 한인 로터리 클럽의 초대 회장으로서 지역 사회와 교류하며 봉사하는 길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유 승 재 / 한인 1세대·연향회 창립 : 사람이 살면서 이 사회가 형성돼서 그 사회 틀에서 우리가 살기 때문에 우리가 뭔가 해야 할 거다, 봉사한다든지 그 틀을 위해서 내가 뭔가 해야겠다….]

이 공로로 유승재 씨는 국제 로터리에서 봉사 공로자에게 수여하는 ‘폴 해리스 펠로’상과 영국 여왕의 QSM 훈장도 받았습니다.

[이 정 / 전 한인 로터리 회장 : 우리의 말로 우리의 기능을 가지고 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더욱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셨다고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뉴질랜드 이민 1세대로서 서예를 통해 한민족 정체성과 자긍심을 키우고 로터리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와의 다리를 놓아온 유승재 씨.

황혼의 문턱에서도 여전히 다음 세대가 걸어갈 길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유 승 재 / 한인 1세대·연향회 창립 : 우리 거는 우리가 안 지키면 지킬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 지킨다는 건 귀한 걸 알아야 되기 때문에 귀한 걸 알려면 배워야 돼. 그래서 그걸 지금 저는 순서대로 뭔가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은 금방 잊어버리기 쉬우니까 그런 걸 앞으로 좀 강조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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